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 마지막 여당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인 데다 여야 간 극한 대치 국면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선거 판세를 지켜보고 있다.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가나다순) 간 3파전 구도가 일찌감치 형성된 가운데 결선 투표에서 승부가 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인 65표 이상을 가져와야 한다. 세 후보 모두 각자 강점과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1차 투표 압승을 장담할 만큼 판세를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선으로 갔을 때 3위 후보 표가 1·2위 양자 대결 구도에서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후보에 대한 능력 평가는 물론 개인적 인연, 계파, 견제 심리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1차 투표 2위 후보가 결선에서 1위에 오르는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일 민주당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246호에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진행된다. 공식 선거운동 종료일(7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은 연휴 기간에 '중립표'를 잡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휴일에도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지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의원들이 10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김태년 의원 측은 1차 투표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며 '대세론'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과반에 근접한 표를 이미 확보했다는 계산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확실성이 큰 2차 투표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반면 이인영·노웅래 의원은 결선 투표로 가면 자신이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세를 보이는 김태년 의원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다면 3위 후보 표를 자신이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2016년 선거에서는 우원식·우상호·민병두·이상민·노웅래·강창일 등 후보 6명이 경쟁해 1차 투표에서 1·2위를 한 우원식·우상호 의원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선 우상호 의원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던 우원식 의원을 물리치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바 있다.

각 후보 강점과 약점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인영 의원은 폭넓은 당내 지지 기반을 앞세웠다. 당내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 민주당 개혁 성향 의원 정책연구 모임인 더좋은미래, 친문(친문재인) 그룹인 부엉이 모임 등 다양한 조직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주류·비주류를 아우르는 '용광로 리더십'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으로 '강성 운동권' 이미지가 있다는 점,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 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에 세 번째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하는 노웅래 의원은 원활한 소통력과 친화력이 강점이다. 기자 출신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옅은 계파색 덕분에 당내 여러 세력들과 두루 통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정 계파에 빚을 진 것이 없어 갚아야 할 부담도 없다. 다만 역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조직'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총선이라는 '전시 상황'에서 리더 자리를 거머쥐기엔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 자신을 밀어줄 조직이 없으면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내 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위 의장을 맡았던 김태년 의원은 협상력 등 실무적 리더십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위 의장, 국회 정개특위 간사와 예결위 간사 등을 역임한 만큼 당정청은 물론 대야 협상도 잘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다만 '당권파'가 지도부를 독식하는 데 대한 견제심리가 존재한다. 김태년 의원은 친문 중에서도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친이해찬' 인사로 평가받는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이해찬-김태년 체제로 구성된다면 당 운영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신임 원내대표 앞에 놓인 현안들이 만만치 않다. 당장 급한 것이 국회 정상화다. 선거제·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한국당과 틀어진 협상 테이블을 복원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당장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정국 경색 때문에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의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민생 법안들도 모조리 발목이 잡혀 있다. 꼬인 정국을 풀지 못해 국회가 공전하면 고스란히 내년 총선에서 '빈손 국회'에 대한 책임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후속 논의도 필요하다. 함께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법안에 대한 이견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레이스에 대비해 당내 여러 세력을 하나로 묶는 과정도 필요하다.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쟁했던 세력들을 '원 팀'으로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