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또는 친족에 대한 개념이 농경사회에 비하여 산업시대에 들어와서는 차츰 잊혀져가고 있는 듯하다.

한 여론 조사에서 '고조부가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 4242명 가운데 42%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 대한 호칭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전통적인 유교사회인 우리나라인데도 4대이상 직계가족의 개념이 거의 사라져 '고조할아버지'라는 단어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 단체에서는 고조-증조-조부모-부모-자녀 등으로 이어지는 5대가족 찾기 캠페인을 벌였다고도 한다.

그리고 아무리 바쁜 산업사회에 산다해도 우리는 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종친회 모임에도 여자나 아이들까지도 모두 참석시키도록 해야 한다. 종친회 같은 곳은 한번 불참하면 계속 불참하게 되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나는 젊었으니 뒤에 가야지'라는 생각은 아예 지워버려야 할 것 이다. 수 년전 한 보도에는 1250년전 선조를 찾아 한국에 온 사람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 진쭝짜우씨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에 있는 시조 김 충 묘소를 찾아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당시 50대의 젊은이가 그것도 중국이 아닌 한국까지 와서 뿌리를 확인하고 갔다는 것은 한국의 젊은이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교국 사람이라 해도 그저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나 보기드문 사람이다. 뿌리를 찾는것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의 뿌리뿐 아니라 일반 동물, 식물까지도 뿌리를 찾아주고 있다.

또 최근 중국은 1895년 당시의 족보를 근거로 징기스칸의 20대 후손인 충칭천바오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중국 라오닝성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핏줄을 찾을 수 있는 족보 역시 소중한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아예 족보를 무사하며 맞선을 볼때도 족보나 조상이야기는 중요시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혼해서 뒤에 몸에 이상이 있을때는 조상이 어떻고 유전이 어떻다는 말이 오고간다.

그리고 핏줄 이야기가 나왔으니 2세에 대한 또 다른 고민도 사실 없지는 않다. 지금 농촌의 많은 미혼 남자들이 계속 국제 결혼을 하고 있는 중이라 그렇게 되면 단일 민족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민족도 차츰 외국인과 피가 섞이게 될 것은 뻔히 보인다. 세계화 시대라 국제결혼을 막을수는 없지만 단일 민족이란 명분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올 추석에는 성묘가는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 될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도시사는 젊은 직장인들 중에는 자진해서 아버지대신 시골 산소로 달려가서 벌초를 하고 오는 시원스런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50이 되도록 단 한번도 조상 묘소를 찾지 않는 젊은이도 많다.

옛날처럼 아들 손자를 반 강제로 데리고 아버지와 함께 성묘가던 때는 지났다고는 하나 그래도 젊은이들이 자진해서 성묘를 많이 다녀오기를 바라고 싶다. 설과 추석이 단순한 휴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방에서만 뒹굴것이 아니라 제사도 모시고 성묘도 다녀오는 휴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李善憙 (주필, 대한언론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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