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오는 20일을 한국지엠 노사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언급한 가운데, 18일 열린 9차 한국지엠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도 별다른 성과없이 마무리됐다.

GM 본사가 언급한 노사 협상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열린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노사는 남은 기간 집중 교섭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협상 진통… 社 3차 수정안 제시, 勞 "전제 깔린 안(案) 수용 못해"

한국지엠 노사는 18일 오후 1시 인천 부평공장에서 9차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이날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가 비용절감에 먼저 합의하면 군산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는 수정 제시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는 비용절감 합의와 상관없이 군산공장 노동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날 사측은 군산공장에 남은 노동자 680명 고용에 대한 내용이 담긴 3차 수정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수정 제시안은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남은 군산공장 노동자 680명 가운데 100여명에 대한 전환배치를 검토하고 나머지 노동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받거나 5년 이상 장기 무급휴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은 또 신차 배정과 관련해 부평공장에서 2019년 말부터 트랙스 후속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생산을 시작하고 2021년 추가 SUV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수정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오늘 회사의 제시안은 '지금까지 사측이 요구한 조건에 대해 잠정합의를 했을 시'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반발했다.노조는 군산공장 고용과 신차 배정 문제를 먼저 확정해 비용절감 자구안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협상 시한 D-2일, 社 "밤샘 협상" 勞 "파국 막도록"

이날 9차 교섭도 성과없이 끝났지만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아직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0일까지 잠정 합의안이 도출될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며 "(협상 타결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전날 "노동자의 요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노조에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노조와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를 하겠다"며 협상 전망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노조도 강경 투쟁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노조 관계자는 "협상의 원칙 등은 그대로지만 모두가 우려하는 파국을 맞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날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지난 2일 제출한 노동쟁의 조정 신청과 관련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중노위가 노사간 큰 입장차 때문에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뜻의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조는 당장 파업에 나설 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노조 관계자는 "중노위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당장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사측과 추가 교섭을 해가면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은·한국지엠 노조 배수진…"GM 법정관리 신청시 법적 대응"

노사가 교섭을 재개해 협상 타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GM이 수차례 언급한 '법정관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GM은 그동안 수차례 "오는 20일을 넘기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노조와 정부를 압박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GM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GM이 일방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그는 "미국 GM이 산은과 협의 없이 한국지엠의 청산을 선택할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GM이 한국지엠 노조를 상대로 오는 20일까지 비용절감 방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압박한 것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한국지엠 노조도 GM측이 법정 관리를 신청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회사 경영 내부를 투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형사적인 문제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19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10차 임단협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