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했음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가계부채 억제 해법을 두고 금융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종합금융회사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여신 잔액(6월 말 기준)은 671조67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 증가했다. 1993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상반기 증가 폭으론 사상 최대이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대출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과 함께 이자를 상환하게 하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이 제도 도입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 가계가 2금융권으로 몰려갔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여신 거래자 수는 163만5328명으로 지난 4분기(152만2442명)보다 7.41%(11만2886명) 급증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 여신 잔액이 작년 말 35조5838억원에서 6월 말 39조4743억원으로 11%나 늘어났다.

지역 농·축협이나 수협과 같은 상호금융권의 여신 잔액도 작년 말 197조228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209조6037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권 대출의 상당 부분이 토지·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관련 대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4년 8월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의 아파트와 주택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비율이 같아지면서 상호금융권의 장점이 사라지자, 상호금융권이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상가·토지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토지·상가 LTV를 40% 정도로 적용하지만, 상호금융권은 최대 70%까지 대출해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수익 중 이자만큼이 '비용'으로 처리돼 세금 부과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대출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익형 부동산 담보대출은 주택대출보다 규모가 큰 데다 경기 변동에 민감해 부실화 우려도 더 높다는 데 있다. 공실이 나거나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급감하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액이 급증함에 따라, 가계부채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이면서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이 40%를 초과하는 이른바 '한계가구'가 134만 가구에 이르고, 전체 가계부채 중 이들의 금융 부채 비중이 거의 30%에 달한다.

금리 상승이나 집값 하락 등의 변수가 생기면, 한계가구들의 연쇄 파산이 우려된다.